2002.2.4.월요일

꿈같은 친구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한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기를 바란다.


- 유안진의《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중에서 -


* 더 할 나위 없는 꿈같은 친구입니다. 굳이 덧붙인다면,
10분만 만나도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고 10시간을 만나도
더 보여줄 게 남는 친구, 열달 또는 10년만에 만나도 어제 본
듯 하고  어제보고 오늘 또 보아도 10년 만에 본 듯 더없이
반가운 친구, 그런 친구였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런 친구 하나 있으면 인생은 살 맛이 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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