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3.9.토요일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 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잔성보다도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의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중에서-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나이에 세상의 유혹을 물리칠 힘도,
그 유혹을 물리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소중한 이를 아직도
만나지 못하고 사는 저의 삶이 잘 살아가고 있는지
가끔은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독자편지 주인공 뱃지 김태화님께서 보내주신 아침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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