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5.9.목요일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全文)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의《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에서-



*제가 일생을 두고 감히 가장 좋아하는 글입니다. 아니, 글이
아니라 혼(魂)입니다. 힘들고 외롭고 아플 때마다 품에서
고이 꺼내 읽고 또 읽으면, 글은 영혼처럼 다가와 저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내가 너의 그런 사람이라고..."
그러면 저도 대답하듯 다시한번 조용히 다짐하게 됩니다.
"나도 누군가 그대에게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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