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26.8.8.토요일
매주 토요일마다
『고도원의 명상시집 밥 벗』, 속 시 한 편을 전합니다.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문장으로
마음에 쉼표를 더해보세요.
당신의 느낌도 댓글로 남겨주세요.

슬럼프

아무리 애를 써
반복해도 소용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진전이 없다
무기력이
천진한 얼굴로 가장해
나에게도 찾아왔다

윈드서핑을 해본 사람은 안다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는 지점에 들어갈 때가 있다
위험지역
‘데드 존Dead Zone’이다

데드 존에서는 기다려야 한다
죽은 듯 기다리며 바람을 느껴야 한다
바람이 어느 쪽에서 오는지
가만히 응시해야 한다

방향 잃은 감각과 두려움이
수평선에 쌓이면
숨을 고르며 기다리다
데드 존에 미세하게 물결 라인이 포착되는
바로 그 순간, 바로 그때
수면이 잔파도 일으키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바로 그때
자일을 잡아 돌려
바람을 받아 안고
파도를 차고 나가야 한다

바람이라는 동력이 없을 때
몸짓은 헛된 시도다
물속에 처박히기만 한다

절망의 무게로 짓눌린
무력감이 싱싱하게 질척거리는
데드 존 경험은 약이다
서핑 실력이 훌쩍 점핑한다

불청객처럼 다가온
슬럼프의 늪
점핑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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