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3.12.화요일

어린 아들과 어머니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幼年)의 윗목


- 기형도의《엄마 걱정》중에서 -



*차갑고 어두워진 방에 남아 토닥토닥, 배춧잎처럼 가벼운
어머니 발소리를 기다리는 어린 아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유년의 어린 아들만 엄마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언제나 목울대에 눈물이 고입니다.
어머니는 한결같이 아들 딸 걱정이지만,
아들 딸도 늘 어머니 걱정을 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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